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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도산법 60년 : 97년 최초 면책부터 2026년 현재까지

    대한민국 도산법의 역사를 보면, 1962년 제정된 구(舊) 파산법은 존재했으나 활용되지 않는 ‘종이 위 법률’이었습니다.

    당시 사회는 ‘빚은 목숨을 걸고라도 갚아야 한다’는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적이었고, 사법 시스템 역시 채무자의 갱생보다는 채권자의 회수를 돕는 보조 장치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이 비교적 익숙한 단어가 되었지만, 법률을 통해 채무를 정리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한국의 도산 실무는 1962년 구 파산법에서 출발해 1997년 첫 개인파산과 면책, 2005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정(이하 채무자 회생법), 2017년 법률 개정으로 개인 회생 변제기간 단축까지 긴 시간을 거치며 조금씩 바뀌어 왔습니다.

    1997년, 잠들었던 법을 깨운 최초의 선고와 면책

    1997년은 대한민국 도산 실무의 기념비적인 해입니다.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재난 직전, 사법부는 마침내 개인 구제의 문을 열었습니다.

    1997년 5월 30일 사상 첫 “개인 파산 선고

    서울에 거주하던 교수 부인이었던 현모씨는 오빠의 사업 보증으로 2억5천만 원의 빚이 쌓여 1996년 말 서울중앙지방법원(현 서울회생법원)에 파산 신청했습니다. 1997년 5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파산 선고 결정을 내렸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파산 결정이었습니다.

    1997년 11월 28일 사상 첫 개인 파산 면책 결정

    파산 선고 후 6개월의 심리 끝에, 서울중앙지방법원(현 서울 회생 법원)민사 합의50부에서 첫 면책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2억5천만 원의 채무가 사라진 이 날은 대한민국 채무자들에게 ‘경제적 자유’가 선포된 날입니다.

    1997년 첫 개인파산 선고와 첫 면책 결정으로 무엇이 달라졌나

    1997년은 대한민국 도산 실무에서 상징적인 해로 자주 거론됩니다. 이 시기부터 법원이 개인 채무 문제를 개인의 게으름이나 도덕적 헤이가 아닌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국가와 사회가 해결할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1997년 첫 개인파산 선고의 의미

    1997년의 첫 개인파산 선고가 중요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법원이 처음으로 이 사람은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법이 있어도 실제 개인이 그 법을 통해 구제되는 경험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 첫 선고는 단순히 한 사람의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빚을 갚지 못한 개인도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채무를 전부 갚지 못하면 평생 빚 독촉에 시달리며 죄지은듯 쫒겨 다니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금이 가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 개인 면책 결정이 남긴 변화

    하지만 파산 선고만으로 빚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로 채무자의 삶을 바꾸는 것은 면책입니다. 면책이 있어야 남은 채무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 다시 정상적인 경제 생활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개인 면책 결정은 훨씬 상징성이 컸습니다. 법이 단지 갚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제는 다시 출발할 수 있다는 결론까지 내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개인파산과 면책이 함께 안내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당시에는 그 자체가 낯설고 큰 변화였습니다.

    2005년 채무자회생법 시행 – 도산 절차의 현대화

    지금 우리가 실무에서 가장 많이 기준으로 삼는 법체계는 2005년 제정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 회생법)입니다. 채무자 회생법은 과거 회사 정리법, 파산법, 화의법, 개인 채무자 회생법을 통합 폐지하고 도산 절차를 현대화한 법률로 개인 회생 제도의 변제 기간 상한이 8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 시기도 이 시기입니다.

    그 당시에는 파산 선고 결정을 받은 경우 신문에 공고해야 했으며, 개인 회생을 신청할 경우 의례적으로 회생 위원과 면담이 잡혀, 채무자들에게는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되었습니다.

    이후 신문 공고는 법원 관보에 공고하는 것으로 대체 되었으며, 회생 위원 면담은 자영업자에 한해서 시행하고, 현재는 대부분 회생 위원 면담 없이 절차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산 절차에서 눈에 띄게 바뀐점은 민사 예납금 제도의 도입으로 2011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현 서울회생 법원)에서 시범 운영 되었습니다.

    법원에서 판사의 결정으로 재산 조사 절차 비용으로 100만 원에서 300만 원의 민사 예납금을 납부하라는 결정문을 채무자들에게 알렸을 때 채무자들의 항의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 이전에는 그런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상담 과정에서 채무자들에게 파산 절차 진행 과정에 예납금이 있을 것 이라고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무자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100만 원에서 300만 원에 달하는 민사 예납금은 파산 지경에 이른 채무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금액이라 파산 절차의 접근성을 저해하고 채무자 회생의 법률 제정 취지에 맞지 않았습니다.

    2012년 전면 시행과 동시에 민사 예납금은 30만 원을 기본으로 대폭 낮아 졌으며, 재산 및 부채의 규모, 사건의 복잡도에 따라 판사 결정으로 정해집니다.

    제 경험으로는 100억 원 이상의 채무가 있었던 법인 대표의 경우 300만 원의 민사 예납금 납부 결정이 있었으며, 당시 채무자의 어려운 사정을 적극 주장하여 100만 원으로 감액 결정을 받았습니다.

    2018년 개인회생 변제기간 3년 단축

    2017년 12월 12일 개인회생 변제기간이 5년 에서 3년으로 바뀌는 채무자 회생법이 개정 되었습니다. 2018년 6월 13일부터 개인 회생 변제 기간이 법률상 3년(기존 상한 5년 유지)원칙으로 변경된 것입니다.

    변제기간이 짧아지면 채무자는 빨리 끝날 수 있지만, 그만큼 월 변제금 산정은 까다로워 집니다. 채권자의 손해가 커지는 것이 확실하므로 법원은 채무자의 재산 상황을 더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월 변제금이 더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지방의 온도 차가 드러난 시기

    이 시기 실무에서 체감된 것은 법 규정의 변화보다 법원별 운영 차이였습니다. 같은 법률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회생 법원은 이례적으로 개정 법률을 채무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변제 계획안 변경 신청을 받아 면책결정을 해주었습니다.

    서울 회생 법원은 5년 변제 기간으로 인가 결정을 받은 사건에 대해 채무자 회생법 개정을 이유로 3년으로 변제 기간을 변경하는 변제 계획안을 허용해 면책 결정을 하였습니다.

    똑같은 회생 사건인데 서울 회생 법원에 신청한 채무자는 변제 계획안 변경이 받아 들여져 3년의 변제 기간이 지난 채무자들은 변제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책 결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사무실로 걸려오던 항의 전화들

    당시 지방 의뢰인들 중에는 왜 서울은 되는데 우리는 안 되느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으며, 그 차이를 납득 시키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서울 회생 법원이 변제 계획안 변경 신청으로 3년의 변제 기간이 지난 채무자들에게 면책 결정을 해주던 것은 2018마6364 대법원 결정으로 변제 기간을 변경하는 변제 계획안이 받아 들여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도산법은 바뀌었지만 채무자가 넘는 문턱은 높습니다.

    대한민국 도산법의 역사를 길게 놓고 보면, 1962년 파산법이 제정되어 법률로만 존재하고 사실상 사문화 되어 있던 법률에서 출발해, 1997년 첫번째 개인 파산 선고와 면책 결정을 통해 세상에 존재의 의미를 알렸습니다.

    2005년, 파산법, 화의법, 회사정리법, 개인채무자 회생법 4개의 법률을 통합 폐지하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정과, 2017년 12월 법률 개정을 통해 개인 회생 변제 기간의 3년 단축까지 법률은 분명 채무자의 회생을 돕기 위한 방향으로 바뀌었지만, 법원의 심리 과정은 더욱더 촘촘해져서 채무자들이 느끼기에는 한없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를 아주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의 모든 채무자가 성실한 피해자만은 아니고, 반대로 세상의 모든 채권자가 악덕 고금리 사채업자도 아닙니다.

    제도를 악용하려는 일부 채무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원은 심리를 간단하게 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선량한 대부분의 채무자까지도 더 많은 자료 제출과 설명을 요구 받게 됩니다.

    결국 도산법의 역사는 법 조문이 바뀐 역사이면서, 그 조문을 실제 채무자가 어떤 이유로 지급 불능에 이렀는지를 법률 조문에 따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아온 역사이기도 합니다.